ISP의 방조책임 면책 범위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주)NHN과 (주)다음커뮤니케이션의 자회사인 (주)NHN서비스와 (주)다음서비스가 지난 해 12월, 이용자들의 불법 음원 유통을 방조한 혐의로 벌금 3,000만원에 약식기소 됐다.
 
검찰의 발표에 따르면 이들 회사는 서비스하는 블로그나 카페에서 불법 음원이 유통되는 것을 알고 있었고, 저작권자(한국음악저작권협회)로부터 불법 음원 유통을 막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했다고 한다. 당시 네이버에는 25TB(테라바이트) 용량의 음악 파일 1000만 건, 다음에는 10TB 용량의 파일 340만 건이 카페와 블로그에 올려졌고 이 가운데 불법 음원의 비율이 각각 65%, 60%인 것으로 알려졌다. 약식기소 이후 양사는 음원 저작권 모니터링 업체인 뮤레카, 엔써즈 등과 계약을 맺고 음원 필터링 조치를 취하는 등 저작권 관리 조치를 시작했다.

대량의 저작권 침해가 존재하였고, 저작권자로부터의 시정 요구가 있었으며, 저작권 침해를 상당부분 막을 수 있는 필터링 기술도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포털사들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정 등 ISP(Internet Service Provider)로서 면책될 여지가 없기에 사건은 이렇게 포털사들이 책임을 지는 것으로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포털업체에 저작권 침해 방조 책임을 물어 사법처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는데, 민사적으로는 이미 전례가 있다.

지난 2004년, 스포츠서울I&Bㆍ스포츠조선ㆍ디지틀스포츠투데이ㆍ조인스닷컴 등 원고 4개사는 웹사이트 세이클럽(www.sayclub.com)을 운영하는 피고 (주)네오위즈를 상대로 이용자들의 저작권 침해 방조를 이유로  8억67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 사건은 ISP의 책임에 관한 법리를 잘 설명하고 있다.  사건의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면 ISP의 저작권방조책임의 실체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웹사이트 세이클럽을 운영하는 피고는 2003년 2월25일 세이클럽내에 회원들 사이의 정보, 지식, 의견 등의 공유를 목적으로 하는 커뮤니티인 '세이테마'를 개설했는데, '테마'를 개설한 회원들이 테마의 하부게시판인 '토픽'에 원고들이 작성한 기사와 사진을 여러차례 무단 게재하자 원고회사들이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피고는 원고들이 항의하자 2004년 6월 세이테마 서비스를 중단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회원들이 올리는 하루 1만 여건의 게시물을 회사가 일일이 파악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2007년 6월 12일 이 사건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에서는 1심에서 든 이유를 부정하고 세이클럽을 운영하는 네오위즈에게 언론사 콘텐츠 저작권의 무단 복사, 게시에 대한 방조책임을 인정, 언론사들에게 1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조정' 판결했다.

두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포털 등 디지털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제공하는 ISP의  저작권 관리 책임은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자신의 수익과 관련해 위험을 창출하는 기업은 그 위험까지 인수해야한다는 법리 때문이다. 그러나  유통 플랫폼으로서 이용자들에게 온라인상의 활동 공간을 제공할 뿐인 ISP로서는 자신이 직접 저작권 침해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회원들의 저작권 침해 행위를 방조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진다면  ISP는 사업을 영위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지게 된다.  저작권법은 저작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문화와 산업을 발전하기 위한 법이다.  ISP에게 책임을 과도하게 지우면 인터넷 미디어 산업이 위축될 수도 있기에 저작권자와 ISP 양자 간의 권리 의무 관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Notice and Take Down 원칙과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제한

 미국의 DMCA(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은 이러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DMCA는 ISP의 책임을 경감하기 위해 Notice and Take Down의 원칙을 도입해 일정한 면책요건을 정해놓고 있다.  세부 조항이 많으나 간단하게 원리만 설명하자면, 저작권침해 당사자의 통보 등으로 저작권 침해사실을 알았을 때 즉시 곧바로 시정해준다면 저작권침해 내지 침해방조의 책임을 면한다는 내용이다.  ISP는 저작권침해 당사자의 주장이 없었더라도 서비스 내에서 광범위하게 저작권침해가 일어나고 있었을 때는 저작권 침해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인정되어 책임을 질 수도 있다. 

DMCA의 영향을 받아 우리 나라에서도 2003년 저작권법을 개정,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제한의 장(저작권법 제 102조)을 신설하여  ISP의 책임범위를 제한했다. ISP가 이용자들의 저작권 침해 사실을 알고서 이를 방지하거나 중단시킨 경우에는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으며, 방지나 중단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경우에는 책임을 면제한다는 규정이다. 그러나 앞으로 갈수록 디지털콘텐츠의 가치가 높아짐과 동시에 불법콘텐츠를 적발하는 필터링 기술이 발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ISP의 면책의 범위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전망을 재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 지난달 12일에 있었는데,   (주)나우콤 등 웹스토리지 업체 8개사를 상대로 서울지방법원 형사5단독(재판장 이헌종)재판에서는 이용자와 공모하여 저작권법을 위반한 공모공동정범에 관해서는 무죄를 선언했고 저작권법위반 방조 부분에 해해서는 유죄판결을 내렸다.  업체 대표들에게는 징역 10월~1년형 과 1000만~3000만 원의 벌금형이 병과돼 선고됐으며 각 법인에게도 300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업체 대표들은 저작권법 제 102조 등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을 제한하는 규정을 근거로 들고 “현재 시점에서 가능한 모든 기술적 보호조치, 권리자의 요청에 대한 적극적 대응(Notice and Take Down), 더 나아가 모니터링을 성실하게 수행해왔다"며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현재 웹스토리지를 통한 저작권 침해가 엄중한 상황에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적 침해 방지 장치와 선제적 운영노력이 필요한데, 이를 소홀히 한 점을 들어 저작권법 위반 방조죄를 적용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법원은 "사이트 운영 실태를 볼 때 운영자들이 어떤 콘텐츠가 업로드 또는 다운로드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고 보이며, 금칙어 설정은 저작권 보호를 위한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설명하며 콘텐츠 불법 유통을 조장한 방조책임을 인정했다.

현재 저작권방조책임에 대해서 ISP업계의 일반적인 대응조치는 '금칙어' 설정 조치, 이용자에 대한 상시 고지 안내를 통한 침해 예방 조치, 수동적인 Notice and Take Down 조치 등을 취하는 수준이다.  대법원 판결은 아니지만 이번 나우콤 판결 등에서도 확인됐다시피, 지금까지의 추세를 보건대,  ISP는 이러한 수준의 대응조치로는 저작권방조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법원이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평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도 문제가 없지는 않은데,  최신의 필터링 솔루션 등 현존하는 저작권 침해 방지 기술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도입해야할 지에 관한 지침이 없어 ISP업체의 혼란과 고심이 가중될 것이라는 점이다.  현존하는 기술이라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도입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ISP들이 사업을 영위하는 데는 여간 부담스러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저작권자와 마찬가지로 ISP업체들 역시 저작권 산업 전체의 가치사슬 체계에 속하는 구성원이다. 어느 구성원 일방이 (경제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조치는 결국 저작권이 기반한 문화산업 전반에 대한 장애요소가 되어서 저작권법 제 1조에 반하므로 저작권자와 ISP업체의 입장을 고루 고려한 지침을 마련해야야 할 과제를 저작권자와 ISP업체 모두에게 남겨놓았다.     
 

오픈캐스트와 이용자(블로거 및 캐스터) 계도의 문제 

한편, 웹 2.0이 보편화되면서 이용자들이 직접 뉴스 콘텐츠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콘텐츠 유통에도 관여하는 현상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네이버가 올해 3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으로 예정됐다 다시 한 달 여를 연기하여 4월 초순 경에 정식서비스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진  ‘오픈캐스트’의 경우 이용자가 자신의 ‘오픈캐스트’ 페이지에 인터넷상의 콘텐츠를 직접링크방식으로 링크시켜 여러 사람들에게 뿌리는 구조로 돼 있다. 또, 네이버는 그 플랫폼을 제공하며 메인페이지에 ‘오픈캐스트’에서 링크된 콘텐츠를 노출한다.  때문에 오픈캐스트에서는  ISP의 저작권방조책임의 문제가 더욱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네티즌들이 타인의 글을 직접링크 걸기 위해서는 해당 글의 저작권자로부터 허락을 받아야하는데도 불구하고 네이버측은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대응.  즉 약관 정비, 네티즌에 대한 계몽활동 등을 네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않고 있어 현재로서는 오픈캐스트 정식 서비스 오픈을 계기로 ISP의 저작권 침해 방조 책임 문제가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네이버가 제시한 오픈캐스트 이용약관에는 “부정한 목적의 링크는 캐스트에 등록할 수 없다”고 하면서 부정한 목적의 링크에 관해 많은 예를 들고 그 중의 하나로 ‘저작권자가 배포를 원하지 않는 자료’를 예시하고 있다. 그 이용약관을 찾아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설령 네티즌들이 그 약관을 찾아서 꼼꼼히 읽는다 해도 해당 문구들이 ‘링크를 걸 때는 글쓴이의 동의를 일일이 얻어서 링크를 걸어야한다’는 의미라고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마도 상당수의 네티즌들은  자신의 오픈캐스트에 대해, 여러 사람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좋은’ 목적을 가진 것이라며 생각하면서 링크 문제는 모르고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인터넷상의 많은 저작권자들이 오픈캐스터의 링크를 환영하겠지만 전부가 링크를 환영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문제는 불거질 수 밖에 없다.  

언론사로서는 ISP의 저작권침해 방조 문제가 포털사 만큼 크게 와닿지 않겠지만 언론사 역시 블로그 서비스, 기타 커뮤니티 서비스를 하고 있는 이상 저작권 침해 방조책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에서는 미디어로서 힘을 발휘하려면 이용자가 참여하는 공간을 확대하고 2.0 플랫폼을 강화해야만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이용자의 저작권 침해 문제는 더욱 빈번히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언론사와 포털사들은 인터넷 미디어 전략을 적극적으로수행하려면 ISP업체로서 이용자의 저작권 침해 방지 등 저작권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언론사역시 포털사들이 설치한 것과 같은 음원 또는 텍스트 원본 필터링 솔루션을 가져다 설치해야하며  저작권 침해 당사자의 침해방지 요청시 신속한 대응 매뉴얼 등 인적 물적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이용자의 콘텐츠 소비와 유통에 대해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이용자들이 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콘텐츠  소비와 유통을 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어 불법행위에 대한 유인을 줄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로 인해  많은 콘텐츠 소비와 유통이 발생한다면 저작권자인 언론사로에게 새로운 수익원이 마련될 수도 있다. 주로 광고 중심의 수익모델이 되겠지만, 보다 자유로운 콘텐츠 유통을 전제로 하는 것이 네티즌 이용자들에게 가장 큰 이익이 되므로 보다 자유로운 콘텐츠 유통을 전제로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발해내는 일이 앞으로 저작권자와 ISP업체 모두에게 큰 과제가 될 것이다. 



ps :  올해 1월 미디어전문 월간지 '신문과방송'에 기고하여 '신문과방송' 2월호에 게재된 글을 다시 최근의 사례를 첨가하여 재구성하였습니다.  

원문은 ISP(포털사와 언론사닷컴 등)의 방조책임 면책 범위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는 내용이었고,

재구성한 본문 포스트에서는 이후 필자의 이같은 전망에 부합하게 ISP의 방조책임 면책 범위를 줄인  지난 달의 최신 판례 및 오픈캐스트 정식서비스 일정이 지연된 부분 등  '신문과방송' 게재 이후 변경된 사건들을  수정 반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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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백수광부 이승훈

포털사이트의 메인화면에 노출되는 기사 하나를 수십만, 수백만 명이 봅니다.  아마도 종이신문이나 방송보다 파급력이 더 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만,

'언론사의 언론보도로 인하여 침해되는 명예나 권리 그 밖의 법익에 관한 다툼이 있는 경우 이를 조정하고 중재하는 등'의 언론중재 제도가 지금까지는 인터넷 미디어의 큰 파급력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미디어에는 적용이 없었습니다.  

지난 13일,  인터넷 미디어에도 언론중재 제도가 적용되게 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언론중재및피해구제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이제부터 인터넷 미디어에도 언론중재 제도가 적용되게 됐습니다.

당초, 업계에서는 개정안의 방향에 대해서 여러가지 관측이 많아 불안감을 보였습니다.  특히  엄격한 민형사 책임 등 강력한 규제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있었습니다.

통과된 법안에 따르면  특별히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는 부분은 없고 일반적인 손해배상 조정제도 등에 규율되면서 이같은 우려를 덜어냈습니다. 


언론사의 기사를  단지 매개헤서 전달할 뿐인 포털사 등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들이  언론중재법의 규율 대상이 되면서 '준언론'의 지위를 갖게 된 점에 대해서  포털사 등이 다소 부담스러워할 것 같습니다만,  이의가 제기된 기사의  처리방안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생겼다는 점은 홀가분하게 다가올 듯합니다.


업계의 한 소식통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네이버 뉴스팀의 한 관계자는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논란이 됐던 기사에 대한 처리 방법이 명확해져 짐을 덜어낸 면도 있다” 고 합니다.

그러나  개정법에서  보도의 '배열에 관한 전자기록'을 6개월간 보관하도록 하는 규정은 앞으로 계속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입니다.

이는 "일반 종이신문이 판별로 보관되는 것을 준용한 조항으로, 취지는 포털사이트의 경우 자체 기사 생산을 하지 않지만 기사의 선택과 화면 배치에 따라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배열'에 대해서도 기록을 남겨 피해 구제의 증거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억!' 소리나는 포털들 - 프레시안

취지는 타당하지만 기사의 배열에 관한 전자기록을 보관하려면 하루에 수억 장의 화면 이미지 사진을 캡쳐해서 보관해야하므로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 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인터넷 매체의 특수성을 잘 알지 못하고 법안을 대충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들의 당혹감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의 미디어정책과 담당자는 "화면을 다 보관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30분마다 포털사이트의 화면을 캡처해 데이터화하는 등 업계에 지나치게 부담이 되지 않는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현실성 있는 법안이 되기를 바라면서,  통과된 법안에서 관련 조문 부분을 알려드립니다.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는 정정보도청구등을 받은 경우 지체 없이 해당 기사에 관하여 정정보도청구 등이 있음을 알리는 표시를 하고 해당 기사를 제공한 언론사등(이하 “기사제공언론사”라 한다)에 그 청구 내용을 통보하여야 한다." 입니다.

기사 배열의 전자 기록 보관 부분을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들에게 그다지 큰 부담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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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백수광부 이승훈
사이버상의 모욕행위에 친고조항을 뺀 소위 '최진실법'에 대해서 반대를 하는 사람들도 이와 관련된 인터넷실명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글은 그들에 대한 반론이자 '인터넷실명제가 타당한 이유' 에 대한 트랙백이다.

인터네실명제가 타당하다는 사람들은 인터넷 악플의 규제의 타당성을 인터넷실명제라는 제도의 타당성과 혼동화고 있다.  혼동하지 말자.

인터넷실명제 같은 법제도는 통제 수단으로 작용한다. 이 말은 제도를 실시함으로써 통제되는, 즉 제한되는 권리가 있다는 뜻이다. 그 권리는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상 기본권. 자유민주주의를 존속하는 데 필수적인 기본권이다. 미국은 수정헌법 제 1조에 이를 규정할 정도로 표현의 자유를 중시한다. 제도를 실시함에 있어서 제한되는 권리가 있을 때는 정책론상 함부로 제도를 도입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표현의 자유 같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권 같이 너무나 중요한 권리가 제한되는 경우는 정책론상의 고려를 반드시 해야한다. -보수주의자들에게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는 무엇보다도 바꿀 수 없는 가치인데 우리 나라에서는 보수주의를 자처하는 자들이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적인 가치를 외면하니 아이러니 하다-

제도를 도입함에 있어서 새로이 기대되는 효과와 제한되는 권리와의 관계를 비교해서 제한되는 권리의 본질적인 부분이 훼손되면 그 제도는 다시 고려해야한다. 정책론상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도입하려는 제도는 적합성,필요성,상당성이라는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한다. 그것이 충족되지 못하면 악법, 악제도, 악정책이다.

적합성, 필요성, 상당성이라는 용어가 생소할 듯하여 우선 이 개념을 설명하자면,

적합성 : 목적을 위해 그 수단이 적합한 것인가의 문제다. 그 수단을 통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가를 검토해보는 것이다.

필요성 : 그 수단이 꼭 필요한 것인가를 검토해보는 것이다. 그 수단이 적합성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다른 수단으로 그 목적을 실현하는 방법이 있다면 필요성의 요건이 충족되지 못한다고 본다.

상당성 : 적합하고 필요한 수단이더라도 그것이 상당한 수단인가. 즉, 과잉은 아닌가 부작용은 없는가, 부작용이 있다면 긍정적인 부분과 비교형량할 대상이 되는가 비교형량할 대상이 된다면 비굥형량해서 긍정적인 부분이 더 큰가 부작용이 더 큰가를 검토해보는 것이다.

결론을 미리 말하면 인터넷실명제는 위와 같은 적필상요건을 충족하지 못해서 정책론차원에서 볼 때 넌센스다. 적합성요건부터 충족되지 않는다. 그것이 충족된다고 가정하고 나머지 요건을 봐도 그 요건들도 충족되지 않는다. 인터넷상의 악플을 없애는 데 효과를 발휘할 수 없으면서 이 문제에 관련된 표현의자유라는 기본권을 심각히 침해하고 있으니 인터넷실명제는 제도로서 존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다른 나라들은 인터넷의 악플 문제가 없을까? 있다. 그런데 왜 인터넷실명제를 도입하지 않을까? 애초에 인터넷실명제가 말이 안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적필상 검토를 해보면 제도의 존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적합성, 인터넷실명제를 통해서 악플을 제거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이는 인터넷실명제를 실시한 포털에서 악플이 개선되지 않고 여전히, 오히려 더 악화돼온 지금의 현실을 봐도 알 수 있다. 악플이라 할 때 악플이 되는 기준이 모호하다. 그런 모호한 악플은 침해가 심각하지 않다고 보고 적합성의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심한 악플은? 이런 심한 악플을 하는 사람을 실명제를 통해서 막을 수 있을까? 못막는다. 심한 악플을 하는 사람은 아이디를 위조해서 악플을 행사한다. 막아도 소용이 없다.

적합성이 결여됐기 때문에 필요성과 상당성은 검토해볼 필요도 없지만, 계속 검토해보자. 필요성, 인터넷실명제 외에 악플을 다스리는 방법은 없을까 이미 바로 전의 포스트에도 밝혔다시피 악플 문제는 규제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교육이 필요하고 미디어에 대한 이해와 비판, 올바른 사용 방법을 통해 시간을 두고 해결해야할 문제다.

법학적 측면에서 보면 형행법상 명예훼손 법리나 선거법 등 기존의 민형사 수단에 의해서 충분히 규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특별히 인터넷실명제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

언론학적 측면에서 보면, "인터넷 매체는 각자가 자기 말을 하는 구조다. 인터넷 매체는 숙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언론학자 로이드 모리셋(Lloyd Morrisett)의 주장이다. 해결책은, 각자가 자기 말을 하는 매체 구조를 서로 소통하는 구조로 변화시켜야한다. 그리고 숙의 시스템을 만들어야한다. 네티즌들에게 대화의 기술과 예절, 토론의 기술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담당자가 이끌어야한다.

웹기획론, 웹정책론적 측면에서 보면, 지금의 상황은 웹 정책상의 문제를 웹 정책의 기본에서 풀지 않고 있는데 정책론 일반의 이러한 해결책 외에도 웹기획, 웹정책론상에서는 보상의 체계화와 그룹화(악플을 주로 생산하는 이들과의 격리), 사회자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 실제로 사회자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익명제 게시판에서는 악플이 발을 못붙이는 사례를 무수히 발견할 수 있다.

악플이 나오게된 원인에 대한 분석과 반성 없이, 근본적인 문제는 도외시하고 툭하면 법률만능주의적 시각에서 규제 위주의 법 하나 뚝딱 만들어놓고 일 다했다는 식으로 생색내는 구태는 이제 벗어야한다. 상당성, 상당성은 말할 것 없다. 과잉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림대학교 법학부 황성기 교수가 잘 설명하고 있다. 황 교수는 "국가가 강제력을 동원해 실명으로만 의사를 표현토록 하는 경우 '위축효과(chilling effect)'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는 '익명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사업자 관점에서도 인터넷 실명제는 사업자에게 이용자 본인 여부 확인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비회원제 방식이나 비실명확인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사업자의 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결과적으로 인터넷 실명제는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불태우는 것'과 같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수단으로 현행 선거법상의 실명제는 폐지돼야 하고 일반적 실명제도 도입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인터넷실명제를 도입하면 안된다는 주장을 인터넷상의 악플을 그냥 두자는 말로 오해하지 말라. 나도, 반대자들도 아주 많은 고민을 한다. 인터넷실명제 외 다른 대안은 불가능한 것일까?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하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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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백수광부 이승훈

모욕이라는 주관적 감정을 반의사불벌로 규율할 수 없다.
일반오프라인 모욕죄보다 형이 가중된 사이버모욕죄라면 타당.

통신망법상 사이버모욕죄 조항 신설에 관해 찬반 논란이 크다.  사이버 모욕죄는 표현의 자유가 본질적으로 침해되므로 도입돼서는 안된다는 주장과  사이버상에서의 악플로 인한 피해가 실제로 존재하므로 도입돼야한다는 주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필자는 그 두장 모두 형법 조리상 문제가 있다고 보고 제 3의 안인 절충안을 제시한다.   

기존 형법에 모욕죄 규정이 있지만 특별히 '사이버'라는 말을 덧붙인 까닭은 '사이버'상에서의 모욕행위를 다스리겠다는 뜻인데 '사이버'상에서 모욕이 난무하면서 이로 인해 피해자들이 양산되고 있으니 충분히 규율할만 하지만 현재 사어버모욕죄에는 법리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  

법리적볼 때 가장 큰 문제는 이 죄를 일반적인 모욕죄 처럼 '친고죄'로 하지 않고 '반의사불벌죄'로 한다는 것이다.  반의사 불벌죄가 되면 당사자의 반대의사 표시가 없는 한 당사자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를 진행할 수 있고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 '반의사불벌죄'라는 점이 사이버모욕죄의 본질이다. 과연 모욕죄를 친고죄로 하지 않고 반의사 불벌죄로 하는 것이 타당할까? 

'친고죄'라는 것은  피해자 등이 직접 고소 나 고발을 할 때 공소가 제기돼 법적으로 다루어지는 범죄다. 성풍속관련범죄나 모욕죄 등에서 성적수치심이나 모욕 등 당사자의 주관적인 느낌이 죄의 성립에 결정적 요소로 되는 경우 친고죄가 된다. 즉,  당사자가 성적수치심이나 모욕 등의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면 죄가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는다.

모욕죄를 친고죄로 하지 않고 반의사불벌죄로 한다는 것은 피해자가 어떤 글을 읽었다면 이러 이러한 모욕을 느꼈을  것이라고 경찰, 검찰이 피해자 대신 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찰, 검찰의 판단에 의해 수사를 시작하고 공소를 제기하게 되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 중단된다.

수 많은 모욕적인 발언에 대해서 과연 피해 당사자가 모욕을 느꼈을지 안느꼈을지에 대해서 경찰과 검찰이 내리는 판단은 자의적일 수 밖에 없다.  또, 경찰 검찰이 그것을 어떻게 다 수집해서 판단을 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결국 똑같은 말을 하더라도 재수가 나쁘면 경찰에 걸리고 재수가 좋으면 피할 수 있게 된다. 법집행이 이렇게 '복불복'식으로 되면 법은 법으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피해자가 모욕감을 느겼을지, 성적수치심을 느꼈을지에 대한 감정적 판단을 경찰이나 검찰이 대신하는 것은 처음부터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피해자가 고소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이버 모욕이든 오프라인상의 모욕이든 이러한 이치는 달라질 수 없기에  사비어상이건 오프라인사이건 일체의 모욕에서 친고죄로 하지 않고 반의사불벌죄로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편,  모욕죄라는 게 다른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공개적으로 누구를 지칭해서 "야 이 나쁜 놈아" 라고 말하면 (나쁜짓을 한 사람에게 나쁜 놈이라고 말해도) 죄가 되는 것인데 이런 발언은 일상적인 토론이나 대화 등에서 자기도 모르게 터져나오기 쉽다.  또, 어느 정도의 발언을 하면 모욕이 되는지는 판사조차도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하물며 법에 문외한인 일반인이라면 더욱 어렵다. 

결국 국가쪽에서는 복불복식 집행이 되어 법적안정성을 결여하고  일반인쪽에서는 적법행위 여부 판단이 어려워 형법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규범적 기능'을 기대할 수가 없어서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은 일반인 모욕죄(외국 국가원수  모욕 등과 과 구별된다)를 두지 않고 있고 다만 독일, 일본, 그리고 독일, 일본 형법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우리 나라만 두고 있다.

모욕에 관한 죄는 없어져야 마땅한 항목이지만 그나마 '친고'라는 제한을 둬서 현실과 타협을 하고 있는데 한나라당은 한술 더 떠서 모욕죄에서 친고죄규정을 없앤 법을 만들려고 하고 있으니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법논리적으로 반의사불벌죄인 모욕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법논리적으로 있을 수 없는 법을 만든다고 국회에서 코메디를 하고 있으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참 한심하고, 법에 문외한인 이들에게 법을 만들라고 뽑아준 국민들이 ㄱ ㅅ ㄲ 다. 

결론은  친고죄가 아닌 반의사불벌죄인 모욕죄는 법이치상으로 볼 때 있을수가 없으니 일단은 기본적으로 '친고죄'로서의 성격을 유지한 채 악플문제가 논의돼야한다. 

친고죄로서의 사이버모욕죄를 일반 오프라인상에서의 모욕죄와 구별할 실익은 충분하다. 사이버상에서의 모욕은 전파의 신속성 방대함, 기록의 영구성을 볼 때 일반 오프라인에서의 모욕보다 더 법익침해가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익이 있기 때문에 사이버모욕죄를 새로 규정할 이유는 충분하다.

만약 사이버모욕죄를 도입한다면  일반 모욕죄(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200만원 이하 벌금)보다는 형이 가중된 특별법으로서의 사이버모욕죄 정도가 법리상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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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백수광부 이승훈

한국의 베이징사진 공동 취재단이 찍은 수영선수 탈의 사진 자료를  <중앙일보>와 <스포츠조선>, <매일경제>, <일간스포츠> <동아> 등의 매체가 지난 월 14일 받아서 온라인 판에 올린 것이 중국과 일본의 매체사와 포탈사를 통해 알려지면서 중국, 일본 뿐만 아니라 한국 등 각 나라 네티즌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 문제가 되고 있는 베이징올림픽 수영선수 탈의 사진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일본의 중국뉴스 보도전문지 <서치차이나>의 보도에 따르면 IOC가 격노하여 한국 언론에 대한 제재를 요구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비난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양심있는 일본 네티즌들은 한국만 그런 선정적인 사진을 실은 것이 아니라 일본의 산께이신문도 마찬가지로 똑같이 수영선수 탈의 장면을 찍은 사진을 보도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참고기사 ▶  한중일의 올림픽 도촬 삼국지 (뉴스보이 2008.8.17.) 
참고기사 ▶  중앙일보 올림픽 사진에 IOC 격노? (미디어오늘 2008.8.18)

이 사건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언론 윤리상 이러한 선정적이고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보도에 대한 취급을 어떻게 해야하느냐다.  문제의 사진은 19일 오후 2시 현재  동아를 제외하고 각매체사들 모두가 삭제한 상태임을 볼 때  대체로 언론사들 스스로도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자면 첫째, 이번 사진 촬영은 몰카인가 아닌가? 만약 몰카라면 몰카 보도 행위는 어떤 취급을 받는가.  둘째 공개된 장소에서 촬영한 것도 프라이버시의 침해가 되는가이다.  이러한 법적 문제들은 기본적으로 언론 윤리를 제도적으로 어떻게 구체화하느냐의, 언론 자유와 그 한계의 문제다.


몰래카메라?  러킹(lurking)? 

일본과 중국 네티즌들은 개막식 리허설 장면을 몰래 보도한 SBS의 보도를 다시 거론하면서 이번에도 또 한국 언론들이 몰래카메라 보도를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관해 김낙중 한국사진기자협회 회장은 오늘  (19일) 오전, 평화방송의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서 "베이징사진공동취재단의 사진은 '몰카'가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점잖지 못한,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 좌측 하단에 있는 러커(Lurker) 처럼 숨어서 취재하는 것을 러킹(Lurking)이라고 한다 -사진 출처 : 스타크래프트 홈페이지 홍보코너  
 
'몰래 카메라'를 전문용어로는 러킹(lurking)이라고 한다.  스타크래프트게임에서 저그 종족의 러커(lurker) 유닛은 땅 밑에 숨어서 적을 공격한다. 디텍터가 러커를 탐지해내기 전까지는 상대방은  러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마치 스타크래프트의 저그종족의 러커와 같은 방식으로 취재하는 것을 러킹 (lurking)이라고 한다.

러킹은 취대 대상이 인지못하는 사적 영역의 무단 잠입(주거침입과 업무방해의 혼합된 형태)과 취대 대상의 허락 없는 보도 행위로 구성된다.  러킹이 문제시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92년 미국의 언론사인 ABC사가 식품회사인 푸드라이온 회사의 비위생적 식품 제조 실태를 고발하는 보도를 하기 위해 푸드라이온사에 위장취업형태로 무단 침입해서 기사를 냈다.

사건은 1997년에 결론이 나서 러킹을 한 ABC사에 대해서 기사 내용은 사실이며 공익에도 합치하지만, 푸드라이온사에 무단침입한 부분에 대해 1달러라는 배상금을 물렸다. 사실상 언론사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언론사의 러킹이 적법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 사건 이후부터 언론사들은 취재 과정의 적절성, 적법성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러킹이 비록 사적 영역에 대한 무단 침입으로 부터 문제가 되긴하지만 SBS의 개막식 리허설 장면 보도는 넓은 의미에서 보면 일종의 러킹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베이징올림픽 수영선수 탈의 사진 사건은 러킹, 즉 몰래카메라 보도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여자선수들이 많은 관중들이 보는 앞에서 속옷을 갈아입었고 기자들은 사진취재석에서 촬영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보는 곳에서 속옷을 갈아입은 선수를 사진으로 찍었다

   
 
   ▶ 인터넷 뉴미디어시대의 언론윤리로서 러킹의 문제를 잘 조명하고 있는 '디지털 딜레마' (2003)   
 
김낙중 회장의 말대로 이번 베이징올림픽 수영선수 탈의 사진 사건이 몰카가, 즉 러킹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문제는 해결된 것은 아니다. 점잖지 못하고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제기되는 사안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플레인 뷰(Plain Veiw)와 프라이버시의 침해 문제다. 이 문제는 2008년 현재도 학계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을 정도로 난해한 법적, 윤리적 쟁점을 갖고 있다.

우선 플레인 뷰 원칙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을 하자면,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 이브 거리의 풍경을 소개하기 위해서 기자가 서울 시내 한 복판에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카메라에 담아 보도할 때 행인의 얼굴이 공개돼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지만 이정도는 승인돼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플레인 뷰 상황의 묵시적 승인, 즉 공공의 시선에 노출된 경우에서의 묵시적인 승인으로서 프라이버시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

플레인 뷰 원칙이 인정되는 이유는 그런 상황에서 취재 대상에게 일일이 사진 촬영에 대한 승락을 구하도록 하면 보도행위라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대로상에서라면 취재도 묵시적으로 승인됐다고 보는 것인데, 불특정 다수가 오가는 곳에서는 당사자들 스스로 처신과 행동을 주의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플레인 뷰 원칙의 핵심은 승인이 묵시적으로라도 필요하다는 것인데 특정 상황에서는 승인이 되어 있다고 '추정'을 하는 것이다. 이 말은 또 다른 특정 상황에서는 승인이 되지 않을 수도, 즉 그 추정이 성립하지 않을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사진 취재석의 기자들에게 잘 보이고 많은 관중들이 보는 앞에서 선수가 속옷을 갈아입었다면 이것은 플레인 뷰상황의 묵시적 승인으로 인정될까?


플레인 뷰(Plain view)와 프라이버시 !

현재까지는 이런 경우는 프라이버시의 침해로 인정되지 않는 쪽에 무게가 실려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프라이버시에 관한 구체적인 법조항이 없으며 다만 헌법상 권리로 모호하게 규정돼있다. 상대적으로 프라이버시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고 관련 법규와 사례, 판례가 풍부한 미국의 경우에는 전통적으로 '공적영역 사적영역 이분법'이 통용돼 왔다.

공적영역 사적영역 이분법이라는 것은 취재 대상의 자의에 의해서 플레인뷰 상황에 노출된 공적영역인 경우는 프라이버시 침해가 인정되지 않으며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보호받는 반면,  플레인 뷰 상황이 아닌 사적영역에서의 행위를 취재하는 행위는 프라이버시로 인정돼 보호 받으며 언론의 자유가 제한된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 수영선수 탈의 보도 사건은 언론의 자유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Gill  v.  Hearst  Pub. Co (Cal. 1953) 사건에서는 한 부부가 많은 사람들의 시선에 노출된 아이스크림 판매대 앞에서 격렬한 포옹을 하고 있던 한 부부를 잡지사가 사진으로 찍어 지면에 게재한 것에 대해 피해자가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그 부부가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서 자발적으로 자신을 노출했으며 공공장소에서는 프라이버시란 없다고 보아 프라이버시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전통적인 '공적영역 사적영역 이분법'은 현재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프라이버시법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다이엘 J 솔로브 교수는 최근의 저서 '평판의 미래( The Puture of Reputation) -2007년 예일대학교 출판부 출간-'에서 실생활의 경우 공적영역과 사적영역의 구별이 모호한 영역이 많다며 공공장소에서도 프라이버시 침해가 인정되는 경우를 섬세하게 파악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자발적으로 나간 공공장소에의 행위라고 해서 모든 행위가 프라이버시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면 일반인의 법감정상 용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 가판대에서 생리대를 사거나 치질약을 사는 행위를 공공장소에서의 행위라는 이유로 그런 세세한 민망한 것들까지 허락없이 보도되는 경우에도 프라이버시침해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러한 비판이 늘어나자 최근 미국에서는 공공장소에서도 프라이버시가 인정된다는 견해를 수용했다. 2004년에 제정된 '비디오관음방지법 (Video Voyeurism Prevention Act)'에서는 "피해자가 공공장소에 있었든 개인적 장소에 있었든 상관없이 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은 공공장소에서도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경우는 연방소유의 건물 안에서만 보호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적 추세로 볼 때 언젠가는 플레인 뷰 상황에서의 다양한 프라이버시 침해 유형이 법적으로 인정될 것이지만 아직은 법은 프라이버시에 관해서는 섬세하지 못하다.  프라이버시 개념이 발달한 미국은 물론이고 우리 나라는 조악하기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조리상, 전체적인 맥락상 일반인의 상식에서 봤을 때 프라이버시는 서서히 구체화되고 있다.


법의 보완,  맥락과 윤리.

결론적으로,  이번 베이징올림픽 수영선수 탈의 사진 사건은 몰래카메라, 즉 러킹도 아니며 프라이버시 침해로 볼 수도 없다는 것을 밝혔다.  그러나 여기엔 아직 프라이버시 법논리나 규정이 섬세하지 못하다는 단서가 달려 있다. 따라서 비판을 전적으로 피해갈 수는 없다.  물론 그냥 단순히 '선정주의와 황색 저널리즘'에 따른 보도행위라고 뭉뚱그려서 비판해도 된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선정주의와 황색 저널리즘'이라는 단순한 비판으로 언론사의 책임을 언론사가 자발적으로 자각해서 지켜나갈 것이라고 맡겨놓고 낙관적으로 얼렁뚱땅 처리하기 보다는 표현의 자유(언론의 자유)와 프라이버시에 관해 보다 구체적인 문제 인식과 함께,  우리 사회가 언론에 대해 강제할 수 있는 범위에 관한 사회적 합의라는 이정표를 어떻게 세울까 고민해야한다. 

이정표는 원칙을 따르도록 만들어 져야한다.  미국의 Restatement tort 에서는 '보도가치 테스트' 규정이 있다.  공공의 적합한 관심사를 언론이 공연히 노출시켰을 때는 보호받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명예훼손이 인정돼 불법행위가 된다는 내용이다. 그 법은 명예훼손에 관한 규정이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침해의 경우에 전적으로 들어맞는 경우는 아니지만 그 논리를 원용할 수는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8월 20일 현재 미디어오늘 많이본 기사 1위  
 
이번 사안의 경우 자발적인 플레인뷰 상황의 행위지만 공적 영역에서도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라고 본다.  옷을 갈아입은 수영선수들이 과연 자신들이 팬티를 갈아입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선정적이고 호색적인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곳에 사용된다면 그것을 승인할 선수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대부분이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주장할 것이다.

맥락에 따라 그 사진은 '올림픽 경기 현장의 이모저모'라는 컨셉 아래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각 언론사들이 해당 사진을 뽑아 사용했을 때 어떤 제목을 달았는지 보면 맥락적으로 그 사진 정보가 어떤 곳에 사용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관중들 앞에서 속옷 갈아입는 대범한 수영선수', '아무도 안 보겠지?', '여기가 바로 탈의실?', '수영장서 속옷 갈아입는 선수'

이처럼 독자들의 선정적이고 호색적인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사용됐다는 혐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제목이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선정적이고 호색적인 호기심 충족을 위한 플레인 뷰 상황에서의 사적인 정보 공개는 공공의 적합한 관심사를 위한 정보공개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침해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당사자의 입장에 서본다면 불쾌함을 느낄 수 있을 것

   
 
    ▲ 인터넷세상의 프라이버시, 가쉽, 루머의 문제를 다룬 '평판의 미래' (2007)  
 
한편,  다니엘 J 솔로브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프라이버시 이론상 침해를 인정할 때 중요하게 판단되는 요소는  정보 통제, 기밀성 등이다. 해당 선수들이 자기들이 팬티를 갈아입는 모습에 관한 사진 정보에 관해 통제 가능하며 기밀(*일부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되고 일부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정보를 기밀이라고 한다) 이 유지되는가에 따라 프라이버시 침해 여부가 달라진다.

팬티를 갈아입는 수영선수들은 수영경기장에 와있었기 때문에 수영경기장이라는 특정한 공간 하에서 자신의 행위를 부끄럽지 않게 생각했고 관중들도 호색적으로 보지 않을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기밀에 관한 사항이다.  수영 경기장 관중들에게만 공개되는 것을 허락한 사적 정보라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언론사들은 그 정보를 다시 빼내와서 수영경기장이라는 공간적 맥락과 별개로 팬티를 갈아입는 모습만 따로 떼어내서 선정적이고 호색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곳에서 사용했다. 수영선수들은 자기들이 그 사진들이 이상한 곳에 사용되는 것을 전혀 통제할 수도 없고 애초에 기대했던 기밀성도 유지되지 않고 있기에 심히 불쾌할 것이다.   

독자뿐만 아니라 해당 언론사들도 -어렴풋이나마-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네티즌들의 비판이 있자 도둑이 제 발 저려하는 듯  언론사들은 일제히 해당 사진을 내린 것이다.  동아의 경우는 아직도 내리지 않고 있는데 아마 동아가 문제없다고 여겨서 놔두고 있다기 보다는 회사의 컨트롤 타워나 회 사 정보망이 부실해서 사실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동아여 어서 삭제 하시오.  http://photo.donga.com/usr/dongafile/dongafile.php?r_from_topcode=20080814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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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백수광부 이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