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P의 방조책임 면책 범위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주)NHN과 (주)다음커뮤니케이션의 자회사인 (주)NHN서비스와 (주)다음서비스가 지난 해 12월, 이용자들의 불법 음원 유통을 방조한 혐의로 벌금 3,000만원에 약식기소 됐다.
검찰의 발표에 따르면 이들 회사는 서비스하는 블로그나 카페에서 불법 음원이 유통되는 것을 알고 있었고, 저작권자(한국음악저작권협회)로부터 불법 음원 유통을 막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했다고 한다. 당시 네이버에는 25TB(테라바이트) 용량의 음악 파일 1000만 건, 다음에는 10TB 용량의 파일 340만 건이 카페와 블로그에 올려졌고 이 가운데 불법 음원의 비율이 각각 65%, 60%인 것으로 알려졌다. 약식기소 이후 양사는 음원 저작권 모니터링 업체인 뮤레카, 엔써즈 등과 계약을 맺고 음원 필터링 조치를 취하는 등 저작권 관리 조치를 시작했다.
대량의 저작권 침해가 존재하였고, 저작권자로부터의 시정 요구가 있었으며, 저작권 침해를 상당부분 막을 수 있는 필터링 기술도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포털사들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정 등 ISP(Internet Service Provider)로서 면책될 여지가 없기에 사건은 이렇게 포털사들이 책임을 지는 것으로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포털업체에 저작권 침해 방조 책임을 물어 사법처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는데, 민사적으로는 이미 전례가 있다.
지난 2004년, 스포츠서울I&Bㆍ스포츠조선ㆍ디지틀스포츠투데이ㆍ조인스닷컴 등 원고 4개사는 웹사이트 세이클럽(www.sayclub.com)을 운영하는 피고 (주)네오위즈를 상대로 이용자들의 저작권 침해 방조를 이유로 8억67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 사건은 ISP의 책임에 관한 법리를 잘 설명하고 있다. 사건의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면 ISP의 저작권방조책임의 실체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웹사이트 세이클럽을 운영하는 피고는 2003년 2월25일 세이클럽내에 회원들 사이의 정보, 지식, 의견 등의 공유를 목적으로 하는 커뮤니티인 '세이테마'를 개설했는데, '테마'를 개설한 회원들이 테마의 하부게시판인 '토픽'에 원고들이 작성한 기사와 사진을 여러차례 무단 게재하자 원고회사들이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피고는 원고들이 항의하자 2004년 6월 세이테마 서비스를 중단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회원들이 올리는 하루 1만 여건의 게시물을 회사가 일일이 파악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2007년 6월 12일 이 사건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에서는 1심에서 든 이유를 부정하고 세이클럽을 운영하는 네오위즈에게 언론사 콘텐츠 저작권의 무단 복사, 게시에 대한 방조책임을 인정, 언론사들에게 1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조정' 판결했다.
두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포털 등 디지털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제공하는 ISP의 저작권 관리 책임은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자신의 수익과 관련해 위험을 창출하는 기업은 그 위험까지 인수해야한다는 법리 때문이다. 그러나 유통 플랫폼으로서 이용자들에게 온라인상의 활동 공간을 제공할 뿐인 ISP로서는 자신이 직접 저작권 침해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회원들의 저작권 침해 행위를 방조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진다면 ISP는 사업을 영위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지게 된다. 저작권법은 저작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문화와 산업을 발전하기 위한 법이다. ISP에게 책임을 과도하게 지우면 인터넷 미디어 산업이 위축될 수도 있기에 저작권자와 ISP 양자 간의 권리 의무 관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Notice and Take Down 원칙과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제한
미국의 DMCA(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은 이러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DMCA는 ISP의 책임을 경감하기 위해 Notice and Take Down의 원칙을 도입해 일정한 면책요건을 정해놓고 있다. 세부 조항이 많으나 간단하게 원리만 설명하자면, 저작권침해 당사자의 통보 등으로 저작권 침해사실을 알았을 때 즉시 곧바로 시정해준다면 저작권침해 내지 침해방조의 책임을 면한다는 내용이다. ISP는 저작권침해 당사자의 주장이 없었더라도 서비스 내에서 광범위하게 저작권침해가 일어나고 있었을 때는 저작권 침해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인정되어 책임을 질 수도 있다.
DMCA의 영향을 받아 우리 나라에서도 2003년 저작권법을 개정,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제한의 장(저작권법 제 102조)을 신설하여 ISP의 책임범위를 제한했다. ISP가 이용자들의 저작권 침해 사실을 알고서 이를 방지하거나 중단시킨 경우에는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으며, 방지나 중단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경우에는 책임을 면제한다는 규정이다. 그러나 앞으로 갈수록 디지털콘텐츠의 가치가 높아짐과 동시에 불법콘텐츠를 적발하는 필터링 기술이 발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ISP의 면책의 범위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전망을 재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 지난달 12일에 있었는데, (주)나우콤 등 웹스토리지 업체 8개사를 상대로 서울지방법원 형사5단독(재판장 이헌종)재판에서는 이용자와 공모하여 저작권법을 위반한 공모공동정범에 관해서는 무죄를 선언했고 저작권법위반 방조 부분에 해해서는 유죄판결을 내렸다. 업체 대표들에게는 징역 10월~1년형 과 1000만~3000만 원의 벌금형이 병과돼 선고됐으며 각 법인에게도 300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업체 대표들은 저작권법 제 102조 등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을 제한하는 규정을 근거로 들고 “현재 시점에서 가능한 모든 기술적 보호조치, 권리자의 요청에 대한 적극적 대응(Notice and Take Down), 더 나아가 모니터링을 성실하게 수행해왔다"며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현재 웹스토리지를 통한 저작권 침해가 엄중한 상황에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적 침해 방지 장치와 선제적 운영노력이 필요한데, 이를 소홀히 한 점을 들어 저작권법 위반 방조죄를 적용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법원은 "사이트 운영 실태를 볼 때 운영자들이 어떤 콘텐츠가 업로드 또는 다운로드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고 보이며, 금칙어 설정은 저작권 보호를 위한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설명하며 콘텐츠 불법 유통을 조장한 방조책임을 인정했다.
현재 저작권방조책임에 대해서 ISP업계의 일반적인 대응조치는 '금칙어' 설정 조치, 이용자에 대한 상시 고지 안내를 통한 침해 예방 조치, 수동적인 Notice and Take Down 조치 등을 취하는 수준이다. 대법원 판결은 아니지만 이번 나우콤 판결 등에서도 확인됐다시피, 지금까지의 추세를 보건대, ISP는 이러한 수준의 대응조치로는 저작권방조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법원이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평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도 문제가 없지는 않은데, 최신의 필터링 솔루션 등 현존하는 저작권 침해 방지 기술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도입해야할 지에 관한 지침이 없어 ISP업체의 혼란과 고심이 가중될 것이라는 점이다. 현존하는 기술이라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도입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ISP들이 사업을 영위하는 데는 여간 부담스러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저작권자와 마찬가지로 ISP업체들 역시 저작권 산업 전체의 가치사슬 체계에 속하는 구성원이다. 어느 구성원 일방이 (경제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조치는 결국 저작권이 기반한 문화산업 전반에 대한 장애요소가 되어서 저작권법 제 1조에 반하므로 저작권자와 ISP업체의 입장을 고루 고려한 지침을 마련해야야 할 과제를 저작권자와 ISP업체 모두에게 남겨놓았다.
오픈캐스트와 이용자(블로거 및 캐스터) 계도의 문제
한편, 웹 2.0이 보편화되면서 이용자들이 직접 뉴스 콘텐츠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콘텐츠 유통에도 관여하는 현상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네이버가 올해 3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으로 예정됐다 다시 한 달 여를 연기하여 4월 초순 경에 정식서비스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진 ‘오픈캐스트’의 경우 이용자가 자신의 ‘오픈캐스트’ 페이지에 인터넷상의 콘텐츠를 직접링크방식으로 링크시켜 여러 사람들에게 뿌리는 구조로 돼 있다. 또, 네이버는 그 플랫폼을 제공하며 메인페이지에 ‘오픈캐스트’에서 링크된 콘텐츠를 노출한다. 때문에 오픈캐스트에서는 ISP의 저작권방조책임의 문제가 더욱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네티즌들이 타인의 글을 직접링크 걸기 위해서는 해당 글의 저작권자로부터 허락을 받아야하는데도 불구하고 네이버측은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대응. 즉 약관 정비, 네티즌에 대한 계몽활동 등을 네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않고 있어 현재로서는 오픈캐스트 정식 서비스 오픈을 계기로 ISP의 저작권 침해 방조 책임 문제가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네이버가 제시한 오픈캐스트 이용약관에는 “부정한 목적의 링크는 캐스트에 등록할 수 없다”고 하면서 부정한 목적의 링크에 관해 많은 예를 들고 그 중의 하나로 ‘저작권자가 배포를 원하지 않는 자료’를 예시하고 있다. 그 이용약관을 찾아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설령 네티즌들이 그 약관을 찾아서 꼼꼼히 읽는다 해도 해당 문구들이 ‘링크를 걸 때는 글쓴이의 동의를 일일이 얻어서 링크를 걸어야한다’는 의미라고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마도 상당수의 네티즌들은 자신의 오픈캐스트에 대해, 여러 사람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좋은’ 목적을 가진 것이라며 생각하면서 링크 문제는 모르고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인터넷상의 많은 저작권자들이 오픈캐스터의 링크를 환영하겠지만 전부가 링크를 환영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문제는 불거질 수 밖에 없다.
언론사로서는 ISP의 저작권침해 방조 문제가 포털사 만큼 크게 와닿지 않겠지만 언론사 역시 블로그 서비스, 기타 커뮤니티 서비스를 하고 있는 이상 저작권 침해 방조책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에서는 미디어로서 힘을 발휘하려면 이용자가 참여하는 공간을 확대하고 2.0 플랫폼을 강화해야만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이용자의 저작권 침해 문제는 더욱 빈번히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언론사와 포털사들은 인터넷 미디어 전략을 적극적으로수행하려면 ISP업체로서 이용자의 저작권 침해 방지 등 저작권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언론사역시 포털사들이 설치한 것과 같은 음원 또는 텍스트 원본 필터링 솔루션을 가져다 설치해야하며 저작권 침해 당사자의 침해방지 요청시 신속한 대응 매뉴얼 등 인적 물적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이용자의 콘텐츠 소비와 유통에 대해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이용자들이 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콘텐츠 소비와 유통을 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어 불법행위에 대한 유인을 줄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로 인해 많은 콘텐츠 소비와 유통이 발생한다면 저작권자인 언론사로에게 새로운 수익원이 마련될 수도 있다. 주로 광고 중심의 수익모델이 되겠지만, 보다 자유로운 콘텐츠 유통을 전제로 하는 것이 네티즌 이용자들에게 가장 큰 이익이 되므로 보다 자유로운 콘텐츠 유통을 전제로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발해내는 일이 앞으로 저작권자와 ISP업체 모두에게 큰 과제가 될 것이다.
ps : 올해 1월 미디어전문 월간지 '신문과방송'에 기고하여 '신문과방송' 2월호에 게재된 글을 다시 최근의 사례를 첨가하여 재구성하였습니다.
원문은 ISP(포털사와 언론사닷컴 등)의 방조책임 면책 범위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는 내용이었고,
재구성한 본문 포스트에서는 이후 필자의 이같은 전망에 부합하게 ISP의 방조책임 면책 범위를 줄인 지난 달의 최신 판례 및 오픈캐스트 정식서비스 일정이 지연된 부분 등 '신문과방송' 게재 이후 변경된 사건들을 수정 반영했습니다.








